본문 바로가기
서양철학사

흄의 사상

by zzangmong 2025. 2. 3.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경제학자로, 근대 경험론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다.(성에 비해서 이름은 평범해서 놀랐다..)그는 기존 철학이 당연하게 여겼던 인과성, 자아, 종교적 신념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판함으로써, 회의적인 태도를 근대 철학의 중심 기조로 삼았다. 흄의 사상은 이후 칸트의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현대 인식론과 과학철학의 발전에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성장 과정과 철학적 배경>

흄은 1711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게 많았던 그는 12세에 에든버러 대학교에 서 철학, 수학, 논리학 등 다방면으로 탐구했다. 하지만 여러 학문의 탐구도 그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순 없었고, 보다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연구 방법을 찾기위해 몰두했다.

20대 초반, 흄은 정신적 몰입과 사색을 통해 기존 철학의 근본적인 가정들을 다시 검토했다. 그리고 1739부터 2년에 걸쳐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A Treatise of Human Nature)》를 집필했으나, 이름이 너무 어려웠던 탓인지 당시에는 철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그는 보다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로 저술을 수정하여 《인간 지성에 관한 탐구(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1748)》와 《도덕 원칙에 관한 탐구(An Enquiry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Morals, 1751)》를 발표했으며, 이는 흄을 대표하는 철학적 저작으로 자리 잡았다.

흄은 또한 역사가로서도 활동했는데, 본업이었던 철학책은 인기가 없었던 반면 그가 집필한 역사책 《영국사(The History of England)》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흄의 사상>

1. 인과론 비판: “우리는 인과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가?”

흄의 사상은 우리가 세상을 경험할 때, '사건 A가 발생한 후에 사건 B가 일어난다고 해서 A가 B를 반드시 초래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같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회의를 제기함으로써 시작된다. 전통적인 철학에서는 인과관계가 필연적이라고 보았지만, 흄은 이걸 단순한 습관(habit)이라고 본 것이다. 즉, 우리는 특정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고 습관적으로 그것들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건들의 필연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을 던졌을 때 그것이 날아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고 해서, “공을 던지면 반드시 날아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말도 안되는 의문 같지만, 흄의 이같은 인과론 비판은 이후 칸트가 ‘인과성이 인간의 선험적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이론을 전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2. 자아의 문제: “우리는 정말로 자아를 경험하는가?”

데카르트와 로크 같은 철학자들은 인간에게 지속적인 자아(self)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흄의 사상에 따르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자아를 '경험'할 순 없으며, 그것은 단지 여러 관념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에 불과하다 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정신을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지각의 다발(bundle of perceptions)”이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자아’란 단순히 연속된 경험의 집합일 뿐이지 실체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 라고 보았다. 이는 현대 철학과 심리학에서 자아 개념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종교에 대한 회의주의

흄의 사상은 종교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철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다. 특히, 신의 존재를 인과성을 통해 논증하려는 철학적 시도(예: 신학적 설계 논증, 제1원인 논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가 신의 존재를 직접 경험한 적이 없으므로 증명할 방법이 없으며, 신 개념은 단순히 인간의 심리적 습관과 사회적 관습에서 나온 것이 라고 주장했다. 또한, 흄은 당시 흔히 신이 만들어 낸다고 받아들여졌던 '기적'도 말이 안된다고 보았다. “기적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사건인데, 우리는 자연법칙이 항상 성립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기적에 대한 모든 증언은 자연적으로 더 믿기 어려운 것이다”라는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4. 도덕 철학: 감정과 도덕 판단

관습적으로 도덕은 이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지만, 흄의 사상에서는 도덕 판단이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비롯된다 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어떤 행위를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순수한 논리적 사고가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근거한다고 보았 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살인을 비도덕적이라고 판단하는데, 이는 논리적 추론 때문이 아니라, 살인이 혐오스럽고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대 윤리학의 도덕 감정론(moral sentimentalism)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흄의 사상의 영향과 한계>

흄의 사상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인과론 비판과 자아 개념 비판은 칸트가 '경험이 아닌 선험적 형식이 인식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이론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지나칠 정도로 철저한 그의 회의주의적 방법론은 논리실증주의와 분석철학의 기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흄의 철학에는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첫째, 그의 철학은 경험주의를 극단적으로 신봉함으로써 지식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제한할 위험이 있다 . 둘째, 그의 도덕 철학은 객관적 도덕 법칙이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도덕적 상대주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론>

이처럼 데이비드 흄은 경험론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며 인과론, 자아 개념, 종교적 믿음에 대한 비판을 전개한 철학자였다. 흄의 사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로 확실한가?’라는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철학적 탐구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서양철학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칸트의 사상  (0) 2025.02.03
세네카의 사상  (0) 2025.02.03
존 로크의 사상  (0) 2025.02.03
스피노자의 사상  (0) 2025.02.03
르네 데카르트의 사상  (0) 202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