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독일의 대표적인 비관주의 철학자다. 그는 요즘에도 유명한 책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 1818)를 통해 인간 존재와 세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칸트의 인식론과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받아들이면서도, 독일 관념론(헤겔, 피히테, 셸링 등)의 낙관적인 역사관과 이성 중심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의 핵심은 "세계의 본질은 의지이며,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의 저술을 읽다보면 우울해질때가 있을정도로, 그는 극단적인 비관주의자다) 그는 인간이 본능적 욕망(의지)에 의해 지배받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끝없는 갈망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고 보았다. 또한, 그의 사상에서 특이한 점은 동양 철학(특히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금욕과 예술을 통한 의지의 극복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성장 배경>
1. 어린 시절과 교육
쇼펜하우어는 1788년 2월 22일, 폴란드와 독일 국경 근처의 단치히(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하인리히 플로리스 쇼펜하우어는 상인으로서 성공한 사람이었고,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는 문학에 관심이 많아 후에 소설가로 활동했다. 그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긴 했지만, 부모님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을 자신과 같은 상인으로 키우고 싶어했어서 어린 쇼펜하우어는 유럽 각지를 따라다니며 실용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상업에 대한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오히려 철학과 문학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1793년, 그의 가족은 함부르크로 이주했는데 1805년 아버지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쇼펜하우어는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후 그는 어머니와 함께 바이마르로 이사했으며, 이곳에서 괴테, 헤르더 등 독일 문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만났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사이가 점점 나빠지면서, 결국 그는 가족을 떠나 철학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1809년, 쇼펜하우어는 괴팅겐 대학교에 입학하여 자연과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 시기부터 그는 플라톤과 칸트의 철학을 깊이 연구하면서 자신의 철학적 토대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칸트의 '현상과 물자체' 개념에 큰 영향을 받아, 이후 자신의 대표작에서 이를 변형하여 발전시키도 했다.
1811년, 그는 베를린 대학교로 옮겨 피히테와 헤겔의 강의를 들었지만, 이들의 철학에 회의를 품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철학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1813년, 그는 예나 대학교에서 『충족이유율의 네 가지 근거에 대한 논고』(Über die vierfache Wurzel des Satzes vom zureichenden Grunde)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인간 인식의 구조를 분석하는 칸트적 시도를 담고 있었으며, 이후 그의 철학적 사상의 기초가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
1. 의지와 표상 : 세계의 본질은 의지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8)에서 세계를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함으로써 드러난다.
표상(Vorstellung, Representation): 우리가 감각하고 인식하는 세계, 즉 현상
세계의지(Wille, Will): 세계의 본질이자 근원적인 힘, 인간의 욕망과 생명의 본능적 충동
칸트가 세계를 현상(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과 물자체(경험할 수 없는 본질적 실재)로 구분했던 것과 달리, 쇼펜하우어는 물자체를 '의지'라고 규정했다. 그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의지로부터 끝없는 욕망과 충동이 탄생한다고 보았다.
2. 삶은 고통이다 : 비관주의 철학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조금 극단적이게도, 삶의 본질은 고통이라고 본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하고 추구하지만, 그 욕망이 충족되면 곧 새로운 욕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인간의 본성적 측면을 정확히 간파했다) 그는 이를 "의지의 끝없는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이, 욕망이 충족되면 권태가 오기 때문에, 끝없는 욕망의 반복으로 인해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으며, 따라서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보았다.
3. 구원의 길 : 예술, 금욕, 동양 철학의 영향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인간이 끝없는 욕망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예술을 통한 해방이다. 그는 예술, 특히 음악이 의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궁극적 방법이라고 보았다. 둘째, 금욕과 자기부정을 통해 욕망을 극복하면 의지에게 지배당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불교, 힌두교의 영향으로 '열반'같은 상태를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민을 중요한 윤리적 가치로 취급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것이 삶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이라고 생각했다.
<결론>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독일 관념론에서 제시한 낙관주의를 거부하고, 세계를 욕망과 고통의 장으로 생각했다. 그는 칸트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의지’를 세계의 본질로 규정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삶의 비극적 본질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모든걸 비관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예술과 금욕을 통한 해방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그의 사상은 니체, 프로이트, 바그너, 토마스 만, 카프카 등에 영향을 주었으며, 현대 실존주의와 불교 철학과도 연관을 맺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우리는 어떻게 욕망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그 방법은 예술과 철학, 그리고 자기 극복의 실천 속에 숨어있을 것이다.